한국어와 한국문화
ANTHOLOGY
어학 지망생에게
Author
관리자
Date
2024-04-11
Views
63
인간은 날마다 언어를 쓰며 살고, 또 언어로써 많은 일을 수행하며 나아가 문화의 발전을 꾀한다. 언어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오로지 인간만이 지닌 도구로서 조직적으로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인간에게 긴요하고 고유한 도구인 언어의 구조를 낱낱이 파악하기란 아주 어려워서, 일찍이 인도나 희랍 시대로부터 이미 언어가 학문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문화의 암흑기라는 중세에도 라틴어만은 인문 과학의 주종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의 표현 수단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이런 상황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문예 부흥 운동도, 역설적으로 나라마다의 언어 및 방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그 기운이 조성된 것이다. 이처럼 언어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의 역사가 일반 언어학 및 개별 언어학을 낳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양에서 한창 르네상스가 일어나던 십오 세기를 즈음하여, 세종 임금을 중심으로 한 젊은 학자들이 이룬 언어의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 뒤로 언어 연구는 중국어, 일본어, 몽고어, 만주어에까지 이르렀고 개화기 뒤로는 국어학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점차로 언어학, 또는 각개 어학을 왕성하게 연구해 온 전통이 있으며 그 분위기가 오늘날에도 이어져 온다. 오늘날 이른바 중진국 가운데 유럽 및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한국만큼 언어학 박사를 많이 배출시킨 나라도 없다. 덴마크가 그 한 보기가 되듯이 아마도 주변 강대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일수록 어학에 대한 관심이 큰 듯하다.
대학마다 인문 대학이나 문과 대학에 대부분 어문 계열의 학과들이 있다. 어문 계열 학과의 삼사 학년이 되면 어학과 문학 중에서 더 관심 있는 쪽을 선택하여 전공할 수 있다.
어학은 문학보다 좀 더 실용적인 면이 짙어 보이기는 하나 결코 실생활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로서의 지식만 탐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학을 공부하는 궁극의 목표는 제 나라의 문화와 나아가서 세계 보편성에 공헌할 수 있도록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학문적인 교양과 창조 능력을 쌓고, 올바른 인격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일반 교양 과목 속에도 국어, 작문, 영어, 독어, 불어, 중국어, 언어학 개론 같은 어학 계열의 과목들이 들어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대학마다의 사정에 따라 학과의 설정이 다르지만, 국어국문학과, 중어중문학과, 영어영문학과, 불어불문학과, 독어독문학과들이 가장 많고, 요즈음에 들어서는 일어일문학과, 노어노문학과, 스페인어스페인학과들도 여러 대학에 설치되어 있다. 일반언어학을 다루는 언어학과는 아직까지 서울대학교에만 개설되어 있고, 힌디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이태리어, 스웨덴어, 네덜란드어, 이란어, 태국어, 터키어와 같은 특수한 언어를 다루는 대학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같은 곳이 있다.
일이 학년 동안 교양 과목과 전공 필수 과목들을 배우고 나면 삼사 학년에서는 주로 어학 관계의 전공 선택 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앞서 열거한 학과들의 교과 과정을 크게 두 유형으로 소개하면 국어학 또는 언어학이 그 첫째 유형이요, 외국어학이 그 둘째 유형이 된다.
첫째 유형은 특정한 언어에 대한 훈련의 단계를 꼭 거치지 않고도 깊이 있는 대학 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학과요, 둘째 유형은 해당하는 외국어에 대한 훈련을 받으면서 더 깊이 이론적으로 탐구하는 학과이다. 첫째에 드는 국어학과에는 개론, 강독 및 국어사, 국어 방언학, 국어 정서법과 같은 강의 말고도 언어학과와 마찬가지로 음운론, 문법론, 어학사 들이 개설되어 있다. 대학원 과정에 가면 음성학, 형태론, 의미론들이 추가되며, 둘째 유형의 학과들보다는 대체로 어학 관계 교과 과정이 다양하다.
둘째 유형의 외국어 학과들은 영어학과를 보기로 들어보자면 중급 영어, 고급 영어, 영어 회화, 영어 문법, 영어 작문, 영어 영습, 시청각 영어, 시사 영어와 같이 외국어 교욱을 보강하는 과목이 꽤 많이 차지한다. 이것은 언어 훈련이 더 깊이 있는 학문의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수효는 적지만 영어학 개론, 영어학 특강, 영어 음성학, 영어 문법론, 영어사 개론 같은 개별 언어학적인 강의들도 개설된다.
한편 언어학과도 만주어, 범어, 희랍어, 라틴어와 같은 특수 언어에 대한 강의를 열고 있어, 언어 훈련을 겸하는 둘째 유형에도 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언어학과에서는 일반적인 언어의 본질과 기능 그리고 그 변화와 같은 언어 현상 전반에 걸친 일반 언어학을 대상으로 하므로 특정한 언어의 훈련을 꼭 전제로 하지는 않고, 다만 연구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해 관계되는 언어를 다양하게 학습시킨다.
그러면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이 이 학과의 연구 생활에 적합한지를 살펴보자. 이때에도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문학과로 크게 나누어서 얘기할 수 있겠다. 본디 인문 과학은 물질의 충족이나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학문은 아니요, 인간의 정신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정신 과학이다. 이러한 전제를 받아들일 수 있고 특히 우리 민족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학생이라면 국어학을 해도 좋을 듯하다. 마찬가지로 같은 전제를 받아들이면서 외국의 문화 배경에 특별한 관심을 느끼는 학생들은 외국어학을 하면 되겠다. 그러나 특별한 관심보다는 영어 성적이 괜찮아서, 또는 취직이 잘 되니까 영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사람은 졸업한 뒤에 흔히 회사원이나 은행원이 되기 쉬워 본디 인문 대학 계열에 영어영문학과가 존재하는 이유가 유능한 영어 학자를 배출하는 것임에 비추어 볼 때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런가 하면 국어학과가 이미 알고 있는 모국어를 다루는 학과라고 쉽게 생각하여 선택하기가 쉬운데, 학문은 높은 수준에 이르면 다 똑같이 어렵기 때문에 그러한 안이한 태도로는 대성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국어학은 세계적으로 한국의 학자들이 그 분야의 최고 권위가 될 수 있는 만큼 우수한 두뇌들이 거기에서 보람을 찾을 만한 학문이라고 본다. 또 요즘 언어학의 경향은 자기가 잘 알고 있는 모국어의 연구에 우선 주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어 학자들도 국어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문계 학과의 졸업생은 어떤 분야에 주로 취업하게 될까? 인문 대학 출신의 가장 바람직한 진로는 대학 및 연구 기관에 남아 계속 연찬을 쌓아 가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외교관, 일반직 공무원, 언론 기관, 금융 기관, 기업체 같은 곳으로도 많이 진출하고 있다. 그리고 교직 과목을 이수해서 교원 자격을 딴 졸업생들은 중-고등학교에서 많이 교편을 잡고 있다.
과에 따라 특징을 살펴보면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대학에서 교양 과목으로 가르치는 국어, 영어의 시간 수효가 많아 국문학과와 영문학과 출신이 대학의 교수로 남을 기회가 많다. 또 국문학과와 영문학과와 중문학과 출신은 대개 기업으로 많이 진출하며, 독문학과, 불문학과, 중문학과와 언어학과 출신이 언론 기관에 진출한 비율도 높다. 중-고등학교 교원으로는 국문학과와 영문학과를 비롯하여 독문학과와 언어학과 출신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대학이건 중-고등학교건 교직에 남으려는 사람은 돈이나 권세에서 인생의 가치를 찾지 않고, 인간과 사회에 대해 끊임없는 흥미를 가져 학생의 인간적인 성장과 인간 사회의 발전적인 계승에 뜻을 두어야 한다. 이런 적성을 보이는 사람으로서 언어 현상에도 관심이 깊다면 어학 계통의 전공을 택해도 크게 실망하는 일이 없을 듯하다. 고등학교에서 문법 분야에 좋은 성적을 보인 학생은 특히 선택해 볼 만한 학문이다.
어학은 경제 발전과 기술 우선의 시대에도 늘 밑받침이 될 분야이므로 일시적인 각광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꾸준히 발전할 것이 틀림없는 기초 학문이다. 우리는 어쨌거나 호모 로퀀스(Homo Loquens) 곧 ‘말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양에서 한창 르네상스가 일어나던 십오 세기를 즈음하여, 세종 임금을 중심으로 한 젊은 학자들이 이룬 언어의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 뒤로 언어 연구는 중국어, 일본어, 몽고어, 만주어에까지 이르렀고 개화기 뒤로는 국어학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점차로 언어학, 또는 각개 어학을 왕성하게 연구해 온 전통이 있으며 그 분위기가 오늘날에도 이어져 온다. 오늘날 이른바 중진국 가운데 유럽 및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한국만큼 언어학 박사를 많이 배출시킨 나라도 없다. 덴마크가 그 한 보기가 되듯이 아마도 주변 강대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일수록 어학에 대한 관심이 큰 듯하다.
대학마다 인문 대학이나 문과 대학에 대부분 어문 계열의 학과들이 있다. 어문 계열 학과의 삼사 학년이 되면 어학과 문학 중에서 더 관심 있는 쪽을 선택하여 전공할 수 있다.
어학은 문학보다 좀 더 실용적인 면이 짙어 보이기는 하나 결코 실생활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로서의 지식만 탐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학을 공부하는 궁극의 목표는 제 나라의 문화와 나아가서 세계 보편성에 공헌할 수 있도록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학문적인 교양과 창조 능력을 쌓고, 올바른 인격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일반 교양 과목 속에도 국어, 작문, 영어, 독어, 불어, 중국어, 언어학 개론 같은 어학 계열의 과목들이 들어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대학마다의 사정에 따라 학과의 설정이 다르지만, 국어국문학과, 중어중문학과, 영어영문학과, 불어불문학과, 독어독문학과들이 가장 많고, 요즈음에 들어서는 일어일문학과, 노어노문학과, 스페인어스페인학과들도 여러 대학에 설치되어 있다. 일반언어학을 다루는 언어학과는 아직까지 서울대학교에만 개설되어 있고, 힌디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이태리어, 스웨덴어, 네덜란드어, 이란어, 태국어, 터키어와 같은 특수한 언어를 다루는 대학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같은 곳이 있다.
일이 학년 동안 교양 과목과 전공 필수 과목들을 배우고 나면 삼사 학년에서는 주로 어학 관계의 전공 선택 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앞서 열거한 학과들의 교과 과정을 크게 두 유형으로 소개하면 국어학 또는 언어학이 그 첫째 유형이요, 외국어학이 그 둘째 유형이 된다.
첫째 유형은 특정한 언어에 대한 훈련의 단계를 꼭 거치지 않고도 깊이 있는 대학 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학과요, 둘째 유형은 해당하는 외국어에 대한 훈련을 받으면서 더 깊이 이론적으로 탐구하는 학과이다. 첫째에 드는 국어학과에는 개론, 강독 및 국어사, 국어 방언학, 국어 정서법과 같은 강의 말고도 언어학과와 마찬가지로 음운론, 문법론, 어학사 들이 개설되어 있다. 대학원 과정에 가면 음성학, 형태론, 의미론들이 추가되며, 둘째 유형의 학과들보다는 대체로 어학 관계 교과 과정이 다양하다.
둘째 유형의 외국어 학과들은 영어학과를 보기로 들어보자면 중급 영어, 고급 영어, 영어 회화, 영어 문법, 영어 작문, 영어 영습, 시청각 영어, 시사 영어와 같이 외국어 교욱을 보강하는 과목이 꽤 많이 차지한다. 이것은 언어 훈련이 더 깊이 있는 학문의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수효는 적지만 영어학 개론, 영어학 특강, 영어 음성학, 영어 문법론, 영어사 개론 같은 개별 언어학적인 강의들도 개설된다.
한편 언어학과도 만주어, 범어, 희랍어, 라틴어와 같은 특수 언어에 대한 강의를 열고 있어, 언어 훈련을 겸하는 둘째 유형에도 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언어학과에서는 일반적인 언어의 본질과 기능 그리고 그 변화와 같은 언어 현상 전반에 걸친 일반 언어학을 대상으로 하므로 특정한 언어의 훈련을 꼭 전제로 하지는 않고, 다만 연구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해 관계되는 언어를 다양하게 학습시킨다.
그러면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이 이 학과의 연구 생활에 적합한지를 살펴보자. 이때에도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문학과로 크게 나누어서 얘기할 수 있겠다. 본디 인문 과학은 물질의 충족이나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학문은 아니요, 인간의 정신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정신 과학이다. 이러한 전제를 받아들일 수 있고 특히 우리 민족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학생이라면 국어학을 해도 좋을 듯하다. 마찬가지로 같은 전제를 받아들이면서 외국의 문화 배경에 특별한 관심을 느끼는 학생들은 외국어학을 하면 되겠다. 그러나 특별한 관심보다는 영어 성적이 괜찮아서, 또는 취직이 잘 되니까 영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사람은 졸업한 뒤에 흔히 회사원이나 은행원이 되기 쉬워 본디 인문 대학 계열에 영어영문학과가 존재하는 이유가 유능한 영어 학자를 배출하는 것임에 비추어 볼 때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런가 하면 국어학과가 이미 알고 있는 모국어를 다루는 학과라고 쉽게 생각하여 선택하기가 쉬운데, 학문은 높은 수준에 이르면 다 똑같이 어렵기 때문에 그러한 안이한 태도로는 대성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국어학은 세계적으로 한국의 학자들이 그 분야의 최고 권위가 될 수 있는 만큼 우수한 두뇌들이 거기에서 보람을 찾을 만한 학문이라고 본다. 또 요즘 언어학의 경향은 자기가 잘 알고 있는 모국어의 연구에 우선 주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어 학자들도 국어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문계 학과의 졸업생은 어떤 분야에 주로 취업하게 될까? 인문 대학 출신의 가장 바람직한 진로는 대학 및 연구 기관에 남아 계속 연찬을 쌓아 가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외교관, 일반직 공무원, 언론 기관, 금융 기관, 기업체 같은 곳으로도 많이 진출하고 있다. 그리고 교직 과목을 이수해서 교원 자격을 딴 졸업생들은 중-고등학교에서 많이 교편을 잡고 있다.
과에 따라 특징을 살펴보면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대학에서 교양 과목으로 가르치는 국어, 영어의 시간 수효가 많아 국문학과와 영문학과 출신이 대학의 교수로 남을 기회가 많다. 또 국문학과와 영문학과와 중문학과 출신은 대개 기업으로 많이 진출하며, 독문학과, 불문학과, 중문학과와 언어학과 출신이 언론 기관에 진출한 비율도 높다. 중-고등학교 교원으로는 국문학과와 영문학과를 비롯하여 독문학과와 언어학과 출신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대학이건 중-고등학교건 교직에 남으려는 사람은 돈이나 권세에서 인생의 가치를 찾지 않고, 인간과 사회에 대해 끊임없는 흥미를 가져 학생의 인간적인 성장과 인간 사회의 발전적인 계승에 뜻을 두어야 한다. 이런 적성을 보이는 사람으로서 언어 현상에도 관심이 깊다면 어학 계통의 전공을 택해도 크게 실망하는 일이 없을 듯하다. 고등학교에서 문법 분야에 좋은 성적을 보인 학생은 특히 선택해 볼 만한 학문이다.
어학은 경제 발전과 기술 우선의 시대에도 늘 밑받침이 될 분야이므로 일시적인 각광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꾸준히 발전할 것이 틀림없는 기초 학문이다. 우리는 어쨌거나 호모 로퀀스(Homo Loquens) 곧 ‘말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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