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문제 산책
ANTHOLOGY
"질문이 계시면 한글로 말하세요."
Author
관리자
Date
2024-04-11
Views
70
며칠 전 핀란드의 비교언어학자가 서울대학교에 와서 알타이어와 한국어의 관계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야기를 끝내자 언어학을 하는 젊은 교수가 사회를 보는데, “질문이 계시면 영어로 직접 하시거나 한글로 말하세요.”라는 것이었다. 본인이 잘못을 느꼈는지 곧 “한국어로 말하세요.”라고 고치긴 했지만 여전히 ‘질문은 계셨다’. ‘있다’의 존대말이 ‘계시다’라고 보통 알고 있는데다가, 청중을 어떻게든 높여야 될 문맥에서니까 그냥 “질문이 계시면”이라고 하고 말았던 것이다. ‘계시다’를 안 쓰면 뭔가 결례를 한 것 같이 느끼는 까닭에 결코 근본적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있다’의 존대말이 ‘계시다’가 되는 경우는, 우선 ‘있다’가 존대를 받을 만한 사람을 주어로 가질 때만 그런 것이다. “할아버님께서 댁에 계신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있다’가 ‘존재’의 의미(자동사)로 쓰일 때 그 존대말이 ‘계시다’다. 한편 ‘있다’가 ‘소유’의 의미(형용사)로 쓰일 때는 그 존대말이 ‘있으시다’다. 그 주어는 존대를 받을 사람 자신이 아니라 그의 소유물이다. “할아버지(께서)는 지팡이가 있으시다.” 만약 “*아버님께서 댁에 있으신다.”나 “*아버지께서 돈이 계신다.”라 하면 아주 이상할 것이다. 질문도 결코 계실 수가 없고 있으셔야만 하는 것이다.
다 짐작했겠듯이 “한글로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글은 글이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써 놓은 글에서 소리가 날리 없다. 그러면 왜 이런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가? 그것도 언어 연구의 전문가 입에서. 이런 뒤 사정에는 ‘한글학회’ 같은 곳의 역할이 크다 아니 할 수 없다. ‘한글’은 어디까지나 문자에 대한 지칭인데, 언어 자체를 지칭하는 의미까지 확대해서 한글학회에서 써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글을 연구한다’고 하면서 문자만 연구한 것은 아니고 국어 연구를 해 왔다. 이런 오용법이 자꾸 거듭되다 보니 일반인은 물론 전공자들까지도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한글’을 ‘언어’의 의미로 해설해 놓은 사전까지 나와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한글이란 문자로 쓰고 읽고, (한)국어란 언어로 말하고 듣는 세상에 살고 싶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에’와 ‘애’의 발음이 혼동되어, 한 가지로 나고 있는 사실이다. 요즘 크게 유행하고 있는 전통사극에서 나이가 60 가량인 강원도 출신 탤런트조차 ‘세자’(世子)를 ‘새자’라고 발음한다. 그러니 더 젊고 중부지방 출신도 아닌 탤런트들은 이를 혼동하여 발음하는 일이 다반사(茶飯事)다. ‘개’를 먹었는지, ‘게’를 먹었는지 구별이 안 되니 심각한 실수를 할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볼펜 같은 것을 아래 윗니 사이에 끼고 그대로 발음하면 ‘에’, 볼펜 2개 높이로 이 사이를 벌려 발음하면 ‘애’가 된다. 이 차이는 ‘오’와 ‘어’ 사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여기서 더 벌리면 ‘아’가 되고, 아예 반대로 입을 벌리지 않고 발음하면 ‘이’나 ‘우’가 되는 것이다. ‘이’에서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면 ‘우’인데 덜 동그랗게 하며 그 중간쯤에서 발음하면 ‘으’가 되는 것이다.
현재 서울말에서조차 ‘애, 에’는 구별이 잘 안 되고, ‘위, 외’는 이중모음이 되어 버려 ‘이, 으, 우, 오, 어, 아’만 뚜렷이 나므로 결국 7모음 체계로 변해 가는 셈이다. 이미 영주, 안동 등 북부 경북 방언 같은 데서는 이런 7모음 체계를 써 왔고, 다른 경상도 지역은 더 나아가 6모음 체계까지 단순화하여 ‘으’와 ‘어’가 통합 혼동되어 ‘음식, 음악'이 ‘엄식, 어막’처럼 발음 되고 있는 실정이다.
‘있다’의 존대말이 ‘계시다’가 되는 경우는, 우선 ‘있다’가 존대를 받을 만한 사람을 주어로 가질 때만 그런 것이다. “할아버님께서 댁에 계신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있다’가 ‘존재’의 의미(자동사)로 쓰일 때 그 존대말이 ‘계시다’다. 한편 ‘있다’가 ‘소유’의 의미(형용사)로 쓰일 때는 그 존대말이 ‘있으시다’다. 그 주어는 존대를 받을 사람 자신이 아니라 그의 소유물이다. “할아버지(께서)는 지팡이가 있으시다.” 만약 “*아버님께서 댁에 있으신다.”나 “*아버지께서 돈이 계신다.”라 하면 아주 이상할 것이다. 질문도 결코 계실 수가 없고 있으셔야만 하는 것이다.
다 짐작했겠듯이 “한글로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글은 글이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써 놓은 글에서 소리가 날리 없다. 그러면 왜 이런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가? 그것도 언어 연구의 전문가 입에서. 이런 뒤 사정에는 ‘한글학회’ 같은 곳의 역할이 크다 아니 할 수 없다. ‘한글’은 어디까지나 문자에 대한 지칭인데, 언어 자체를 지칭하는 의미까지 확대해서 한글학회에서 써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글을 연구한다’고 하면서 문자만 연구한 것은 아니고 국어 연구를 해 왔다. 이런 오용법이 자꾸 거듭되다 보니 일반인은 물론 전공자들까지도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한글’을 ‘언어’의 의미로 해설해 놓은 사전까지 나와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한글이란 문자로 쓰고 읽고, (한)국어란 언어로 말하고 듣는 세상에 살고 싶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에’와 ‘애’의 발음이 혼동되어, 한 가지로 나고 있는 사실이다. 요즘 크게 유행하고 있는 전통사극에서 나이가 60 가량인 강원도 출신 탤런트조차 ‘세자’(世子)를 ‘새자’라고 발음한다. 그러니 더 젊고 중부지방 출신도 아닌 탤런트들은 이를 혼동하여 발음하는 일이 다반사(茶飯事)다. ‘개’를 먹었는지, ‘게’를 먹었는지 구별이 안 되니 심각한 실수를 할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볼펜 같은 것을 아래 윗니 사이에 끼고 그대로 발음하면 ‘에’, 볼펜 2개 높이로 이 사이를 벌려 발음하면 ‘애’가 된다. 이 차이는 ‘오’와 ‘어’ 사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여기서 더 벌리면 ‘아’가 되고, 아예 반대로 입을 벌리지 않고 발음하면 ‘이’나 ‘우’가 되는 것이다. ‘이’에서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면 ‘우’인데 덜 동그랗게 하며 그 중간쯤에서 발음하면 ‘으’가 되는 것이다.
현재 서울말에서조차 ‘애, 에’는 구별이 잘 안 되고, ‘위, 외’는 이중모음이 되어 버려 ‘이, 으, 우, 오, 어, 아’만 뚜렷이 나므로 결국 7모음 체계로 변해 가는 셈이다. 이미 영주, 안동 등 북부 경북 방언 같은 데서는 이런 7모음 체계를 써 왔고, 다른 경상도 지역은 더 나아가 6모음 체계까지 단순화하여 ‘으’와 ‘어’가 통합 혼동되어 ‘음식, 음악'이 ‘엄식, 어막’처럼 발음 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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