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문제 산책

ANTHOLOGY

모국어 제대로 말하기

Author
관리자
Date
2024-04-11
Views
69
한국 사람이라고 다 한국어를 맞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틀리는 것들 중에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너가/니가, 나가/저가: 2인칭대명사 ‘너’는 ‘너는, 너도, 너만’에서는 ‘너’지만 ‘네가’에서는 ‘네’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구어에서는 그냥 ‘니가’라는 편한 발음이 쓰여도 글(문어)에서는 안 된다.) 이와 짝으로 1인칭 ‘나/저’는 ‘나/저는, 나/저를, 나/저에게’에서는 ‘나/저’지만 ‘내/제가’에서는 ‘내/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젊은이와 사투리 사용자들이 ‘너가’와 ‘나가/저가’라고 잘못 쓰고 있다.

배워 주다: ‘가르쳐 주다’는 뜻으로 ‘배워 주다’를 쓰는 사람들이 꽤 있다. 무슨 심리에서 이런 표현을 하는지 잘은 모르겠으나, 아마 수동적으로 주입식 교육을 많이 받다 보니 “선생님, 제게 배워 주세요.”라는 식으로 말하게 된 듯하다. “제가 배우게 해 주세요.”로 말했다면 괜찮겠고, “저를/제게 가르쳐 주세요.”라고 하면 더 좋겠다.

여쭙다: 요즘 젊은 안내원이 늙은이들에게 “질문이 있으면 내게 여쭤 보세요.”라고 한다. 무례한 표정이 아니면서 이런 표현을 하니 더욱 기겁을 할 일이다.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면 내게 물어 보세요.”라고 해야 할 자리에 아무 악의 없이 이렇게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어른께 존경의 표시로 ‘여쭙다’를 쓴 꼴인데, 그만 그 말이 자기를 높여 버리고 만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질문이 계시면 내게 여쭤 보세요.”라고도 하는 경우다. 그러나 경어를 써 드려야할 어른에 대해 ‘계시다’를 써야지, ‘질문’은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계실’ 수가 없는 대상이다.

와중: 이 말은 渦中이라는 한자어로 ‘소용돌이의 가운데’나 ‘어떤 일이 복잡하고 어지럽게 얽힌 가운데’란 뜻이 있다. 요즘 부쩍 ‘도중’이란 말 대신 ‘와중’을 원래 뜻과 맞지 않게 쓰는데, “어제 서울로 오는 도중에 아이를 잃었다.”라고 하면 좋을 경우에 “어제 서울로 오는 와중에 아이를 잃었다.”고 사실과 다르게 과장한다. 혼란한 “전쟁의 와중에 아이를 잃었다.”고 한다면 잘 어울린다. [이상억 (2006), 언어와의 만남, 학연사, pp. xiv, 448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