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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본과 조작본 또는 사실과 허위

Author
관리자
Date
2013-10-21
Views
55
요즘 명칭의 혼란이 가뜩이나 피곤한 서민의 심신을 괴롭히고 있다. 말장난이 심해서 내 전공상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진실본과 조작본 또는 사실과 허위가 있을 뿐인데 ‘원본, 완성본, 초본, 수정본, 삭제본’ 등 별 말들이 다 횡횡한다.
현장 사진을 보아 알 수 있듯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에 관한 가부간 발언이 포함됐을 것으로 확신되는 원본 녹취 테이프가 작성되었다. 남북이 모두 요원을 시켜 녹음했을 것이다. 그 녹취물이 정리과정 후에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 외에도 봉하 이지원에서 2개가 추가로 확인됐다. 특히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가져갔었던 'e지원'에서 삭제된 초본을 복원해 냈다. 아마 북에도 녹취 원본과 그 정리 결과물이 존재할 것이다.
NLL 같이 민감한 외교 문제가 포함된 자료를 많은 사람이 보게끔 공개해 버리는 것은 차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꽤 우려가 된다. 애초에 검찰이나 감사원 같은 데에서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토해서 가부만 발표하고 전문은 비공개로 두는 기간을 지켜야 했다. 만약 북한도 지금까지 알려진 남한 자료들을 뒤집고 자기측 녹취 기록이라고 상반된 내용을 공개하기라도 한다면 아마 대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검찰은 이 회의록 초본 삭제를 지시한 게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인 것으로 보고 있다. 뭔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표현들이 담겨 있어서 삭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주무부처의 반대에 부딪힌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사비를 들여 이지원을 옮겼다.” (KBS뉴스) 그렇다. 심증상 불리한 표현이 있어 삭제하려는 노력을 했던 것이다. 참으로 노 전 대통령 본인 말투나 행적처럼 ‘골 때리는’ 일을 저질러 놓은 것이다.
기왕 일이 이 지경이 됐으니 이제는 협상내용 비밀유지보다는 서민의 심신 피로를 시원히 풀어 주는 방향으로 단안을 내야 한다. 채동욱 사건도 마찬가지다. 사실과 허위가 있을 뿐 어정쩡하게 넘어가려면 애초 일을 벌이지 말아야 했을 것이다.

이상억-서울대 인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