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한국문화

ANTHOLOGY

음성합성과 음성인식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4-11
조회
60
내의 학계나 산업계가 이제는 첨단 기술을 우리의 손으로 개발해 나가야 국제사회에서 생존해 나갈 수 있다는 말들을 요즘 부쩍 많이 하고 있다. 그러한 까닭은 외국에서 이제는 우리의 기술 수준을 인정하여 쉽사리 비결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수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우리의 실력을 스스로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꼭 수출을 목표로 하지 않는 분야에서도 자력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기술획득이 안 되는 영역이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말을 토대로 한 음성합성과 음성인식이다. 이 영역은 전자공학과 음성학 등이 긴밀히 협조하여 영어나 주요 언어에 대해 이미 주목할 업적들이 나왔지만, 설사 그 세부 기술들을 그대로 이식했다 해서 우리말이 그와 똑같이 구현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국어는 그나름으로의 음성체계와 규칙이 있어서 그에 맞춰 연구를 기초부터 쌓아가야 하는 것이다.

음성합성은 쉽게 말해 기계로 하여금 우리 목소리와 거의 같은 한국어를 발성하도록 하는 것이고, 음성인식은 반대로 우리 국어를 기계가 알아듣도록 장치하는 것이다. 가령 컴퓨터에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면 출력을 화면에 문자로만 하지 않고 소리로도 함으로써 맹인까지 알아들을 수 있고, 언어교육에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편 컴퓨터가 우리 목소리를 알아 듣는다면 컴컴한 곳에서 누운 채로 입력을 시킬 수 있어 구태여 키보드를 두드리지 않아도 된다. 맹인이나 지체부자유자들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선 음성입력은 그 속도가 타자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현재 국어에 의한 음성합성은 약간씩 실용화될 단계에 와있지만, 음성인식의 영역은 아직도 초보적 단계를 맴돌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내의 전자공업계와 정보통신 및 컴퓨터 관계자들이 국어학자들과 손을 잡아 몇 십 년을 더 고생하여야 쓸만한 기계를 만들 수 있을 전망이 보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어느 덧 우리 일을 우리 힘으로만 해결해야 할 성인이 된 것이다. (1989.8.24. 조선일보 ‘一事一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