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한국문화
ANTHOLOGY
알타이어족과 대제국주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4-11
조회
89
한국어는 소위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을 것이다. 또한 옛날 국사 책에는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통설도 소개되었을 것이다. 주로 유럽의 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되어 온 세계 언어의 판도를 볼 때, 한국어는 인접한 중국어와는 아무 유형적 체계적 유사성이 없다. 중국어는 티베토-버마 어족에 속하여, 우리에게 많은 외래어를 차용시키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계통적 유연성(有緣性 affinity)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어는 대륙 북방의 언어와의 비교로 그 계통적(geneological) 관계를 모색해 보게 되었다.
19세기에는 유럽학자들이 헝가리어와 핀란드어를 포함한 우랄어, 그리고 터키어, 몽골어, 만주-퉁구스어를 주로 한 알타이어를 함께 묶어 우랄-알타이어족이라는 가설을 세웠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핀란드 학자 람스테드(Ramstedt) 교수가 알타이어들만 따로 떼어 연구하며 한국어를 제 4의 구성원으로 설정하는 이론을 세웠다. 이 새로운 견해가 우랄-알타이어족설보다는 좀 더 발전된 것이고, 한국어를 어느 어족의 일원으로 본격적 인정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국내 학계의 지지를 쉽게 얻었고 국어학자들에 의해 한국어의 계통은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이야기가 이미 증명된 정설처럼 퍼져 나간 것이다.
람스테드 교수는 알타이어들이 만주 서쪽 흥안령 산맥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가 동서남북으로 퍼져 나갔다고 가정하였다. (원래는 몽골 서쪽 알타이 산맥 근처를 기원으로 했다는 설에서 알타이어족이라는 이름을 얻었었다.) 그 중에 터키어들을 쓰는 어파(語派)는 소아시아반도까지 이동하여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의 몇 학자들은 일본어도 알타이어족에 속한다고 보기도 한다. 이렇게 장황히 판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알타이어족에 속한다고 거론된 언어들이 모두 한 때 대제국을 세웠었다는 사실을 주목하려는 까닭이다.
다 알다시피 몽골은 징기스칸에 의해 유럽까지 진출했었고, 터키도 오토만 제국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쳐 세웠었고, 만주족은 청나라라는 대제국을 이루었다. 일본어도 알타이어라고 보는 가설이 있어서인지 대제국의 흉내를 내어본 적이 있다. 알타이어족 속의 각 어파들은 공통적으로 역사의 한 자락에 영토 확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였었다. 그런데 웬 일인지 한국어만큼은 그런 역사를 겪은 적이 없다. 이 사실은 역설적으로 국어가 알타이어가 아닐 수밖에 없다는 의심을 품게 한다. 물론 이런 추측은 과학적인 공통 특질에 근거한 방법이 아니니까 그냥 공상적인 이야기로 끝내야 한다.
진정 비교언어학적 연구라면 공통 특질이 체계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만약 한국어가 알타이어라면 다음과 같은 공통 특질을 품고 있어야 할 것이다. (1) 어간에 굴절접미사가 많이 붙는 교착어(agglutinative language)다. (2) 모음조화가 있다. (3) 관계대명사가 없다 등등이 과연 일치한다. 그리고 수사(數詞)와 같은 어휘들이 서로 체계적 대응관계를 맺고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는 알타이제어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 좀 비슷한 어휘들까지도 원래 계통적 유연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후기의 차용에 의해 생긴 것이라고 설명하는 주장이 있다.
이 글에서는 어떤 표현이 규범에 맞는다 아니다라는 작은 문제를 다루지 않고, 한국어의 기원이나 계통이 어디에 있는가를 크게 살폈다. 이미 세계 학계에서 믿지 않는 우랄-알타이어족이란 말은 더 이상 쓰면 안 되고, 알타이어학계에서도 근래 한국어를 아직 그 일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오히려 강해져 있다. 아마 대제국의 침략적 기질을 가져 보지 않은 한국인은 알타이어족의 우연한 공통 특질인 '대제국주의' 항목에서 동질적이 못되기 때문이리라. 오, 평화를 사랑해 온 한 민족에게만은 신의 가호를 주셔서 평화를 지키게 도와 주소서.
19세기에는 유럽학자들이 헝가리어와 핀란드어를 포함한 우랄어, 그리고 터키어, 몽골어, 만주-퉁구스어를 주로 한 알타이어를 함께 묶어 우랄-알타이어족이라는 가설을 세웠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핀란드 학자 람스테드(Ramstedt) 교수가 알타이어들만 따로 떼어 연구하며 한국어를 제 4의 구성원으로 설정하는 이론을 세웠다. 이 새로운 견해가 우랄-알타이어족설보다는 좀 더 발전된 것이고, 한국어를 어느 어족의 일원으로 본격적 인정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국내 학계의 지지를 쉽게 얻었고 국어학자들에 의해 한국어의 계통은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이야기가 이미 증명된 정설처럼 퍼져 나간 것이다.
람스테드 교수는 알타이어들이 만주 서쪽 흥안령 산맥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가 동서남북으로 퍼져 나갔다고 가정하였다. (원래는 몽골 서쪽 알타이 산맥 근처를 기원으로 했다는 설에서 알타이어족이라는 이름을 얻었었다.) 그 중에 터키어들을 쓰는 어파(語派)는 소아시아반도까지 이동하여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의 몇 학자들은 일본어도 알타이어족에 속한다고 보기도 한다. 이렇게 장황히 판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알타이어족에 속한다고 거론된 언어들이 모두 한 때 대제국을 세웠었다는 사실을 주목하려는 까닭이다.
다 알다시피 몽골은 징기스칸에 의해 유럽까지 진출했었고, 터키도 오토만 제국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쳐 세웠었고, 만주족은 청나라라는 대제국을 이루었다. 일본어도 알타이어라고 보는 가설이 있어서인지 대제국의 흉내를 내어본 적이 있다. 알타이어족 속의 각 어파들은 공통적으로 역사의 한 자락에 영토 확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였었다. 그런데 웬 일인지 한국어만큼은 그런 역사를 겪은 적이 없다. 이 사실은 역설적으로 국어가 알타이어가 아닐 수밖에 없다는 의심을 품게 한다. 물론 이런 추측은 과학적인 공통 특질에 근거한 방법이 아니니까 그냥 공상적인 이야기로 끝내야 한다.
진정 비교언어학적 연구라면 공통 특질이 체계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만약 한국어가 알타이어라면 다음과 같은 공통 특질을 품고 있어야 할 것이다. (1) 어간에 굴절접미사가 많이 붙는 교착어(agglutinative language)다. (2) 모음조화가 있다. (3) 관계대명사가 없다 등등이 과연 일치한다. 그리고 수사(數詞)와 같은 어휘들이 서로 체계적 대응관계를 맺고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는 알타이제어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 좀 비슷한 어휘들까지도 원래 계통적 유연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후기의 차용에 의해 생긴 것이라고 설명하는 주장이 있다.
이 글에서는 어떤 표현이 규범에 맞는다 아니다라는 작은 문제를 다루지 않고, 한국어의 기원이나 계통이 어디에 있는가를 크게 살폈다. 이미 세계 학계에서 믿지 않는 우랄-알타이어족이란 말은 더 이상 쓰면 안 되고, 알타이어학계에서도 근래 한국어를 아직 그 일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오히려 강해져 있다. 아마 대제국의 침략적 기질을 가져 보지 않은 한국인은 알타이어족의 우연한 공통 특질인 '대제국주의' 항목에서 동질적이 못되기 때문이리라. 오, 평화를 사랑해 온 한 민족에게만은 신의 가호를 주셔서 평화를 지키게 도와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