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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LOGY

옥토버페스트의 정취가 넘치는 뮌헨

Author
관리자
Date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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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독일의 *숨겨진 수도*로 불려진 뮌헨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라틴어로는 바바리아)주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전 독일에서도 문화적 특색이 가장 큰 도시다. 12세기 이후 1918년까지 바이에른 왕국 비테르스 바하 왕가의 왕성이 자리잡았었기 때문이다. 33개의 미술관·박물관은 1년은 살아야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북부 독일을 중심으로 프로시아가 강성해진 뒤에도 남부 독일만의 풍속을 잘 지켜온 지역이며, 1810년 10월17일 루드비히 I세 왕의 결혼식을 기념하여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란 축제를 시작한 이후 계속되어왔다.

매년 9월말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15일간 테레즈 왕비의 이름을 딴 *테리시엔뷔제(Theresienwiese)* 즉 *테레즈 초원*이란 큰 광장에서 축제가 열린다. 각종 놀이 기구, 특히 떡메 같은 망치로 쳐서 힘 자랑을 하는 틀이나 롤러코스터 등이 설치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뮌헨의 맥주회사들이 세우는 여섯 개 가량의 대형 천막과 그 속의 흥겨운 무대가 없으면 축제는 흥이 날 수 없다.

전통의상으로 단장한 통장이(Schaffler)들의 춤과 행진이나 술통을 가득 실은 마차의 등장에 뒤이어,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과 독일 사람들로 광장과 천막이 꽉꽉 찬다. 뮌헨 일대에 있는 큰 맥주회사들, 호프부로이, 아우구스티너, 프쇼르, 잘바토어,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뢰벤브로이(Lobenbrau)의 사자표, 또 슈파텐브로이(Spatenbrau)의 부삽표 등등이 그려진 천막과 무대, 그리고 흥겨운 음악을 계속 연주해 주는 가수와 악단이 손님을 맞는다.

오후부터 무르익던 분위기는 밤이 되면 절정에 이른다. 북위 48도쯤이나 되는 이 지역의 시월은 꽤 일찍 어두워진다. 술을 나르는 뚱뚱한 아줌마들은 1리터 짜리 머그(mug)를 열 손가락에 하나씩 끼고 풍만한 젖가슴에 얹혀지도록 가슴 안쪽으로 몰아 누른 채 거뜬히 나르고 다닌다. 놀라운 손아귀 힘으로 10잔을 한번에 드는 이 광경은 현지에 가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예술이다.

아코디온 소리가 빨라지면 주당들이 긴 걸상 위로 올라서서 서로 어깨를 겯고 춤을 춘다. 이러다 걸상이 부러지는 소란이 일기도 한다. 국적도 인종도 초월한 분위기 속에 서로 흥겹게 움직이고 노래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사를 부리거나 흥을 깨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옥토버페스트가 단순히 매년 5백만 리터의 맥주만 소비하는 양조회사들의 행사가 아니고 문화적 명절로 자리잡은 기초가 여기 있는 듯하다.

독일 사람들에게 맥주는 술이라기 보다 석회 성분이 많은 수돗물을 대신해 마시는 음료다. 그래서 *마시는 빵*이라는 별명이 있다. 수질이 좋은 곳마다 맥주양조장이 생긴 것도 그 까닭이다.

원래 1516년 빌헬름 4세 이후 맥아에 쌉쌀한 맛을 내는 홉(hopfen)을 집어넣고 발효시켜 톡 쏘는 맛을 내게 되었다. 연기에 그을린 검은 맥아를 쓰면 흑맥주를 만들 수도 있다. 이 보리싹을 우선 분쇄하고 여과하여 가열과 냉각을 한 뒤 4~6주 발효시켜 9도C 정도로 마시면 좋은 것이다.

맥주는 잔의 7~8할을 먼저 채운 뒤 잠시 후 또 따라 거품 선이 위까지 차도록 하는 법이다. 이렇게 준비된 맥주는 지역의 시장, 상인회장, 법관 등등이 품평을 하게 마련이다.

옛날에는 수도원의 위치가 대개 수질이 좋은 곳이기도 하여 양조를 시작해 자급하다가 남는 것을 팔게 되고, 또 지방마다 교회에 이권(利權)을 주기 위해 맥주 양조장을 차리게 했었다. 요즘은 양조회사(Brau)에서 3년 과정을 배우고 5년의 경험을 쌓아서 넣는 성분의 비율에 따라 손맛을 익혀야 양조 마이스터 자격을 준다. 근래에는 작은 주점에서 직접 소규모로 담그는 *마이크로 양조*로 개성 있는 맥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맥주의 종류는 뮌헨에서만 몇 달간 병들을 모아 보아도 백여 가지가 넘었다. 독일 각처에서 나오는 지방 맥주까지 다 모으면 훨씬 더 될 것이다. 또 용기에 따라 병 맥주뿐만 아니라 생맥주를 담아내는 통 맥주(Fass Bier), 캔맥주가 있다. 맥주 질 및 맛에 따라 한국의 일반 맥주와 같은 필젠비어(Pilsener Bier, 이 맥주는 체코의 필젠 지방에서 시작되었다), 도수가 약하고 빛이 여린 헬레스비어, 알콜기가 높고 검은 둥켈비어(흑맥주), 막걸리 맛과 비슷한 흰 크림색 바이쓰비어(백맥주), 효모(Hefe)를 많이 넣어 거품이 폭발적으로 끓어오르는 헤페비어, 맥아를 많이 넣어 아이들도 마실 수 있게 달콤한 말쯔비어(Malzbier), 알콜기가 없는 알콜후라이비어, 과일맛이나 초콜렛맛이 나는 맥주 등이 있다.

계절에 따라 나오는 맥주도 있어서 봄에 양조하여 저장하였다가 오순절 후의 금식 기간에 나오는 복비어(Bockbier)는 포도주만큼 독한 독일맥주로 슈타르크비어(강맥주)라고도 한다. 원래 중부독일 아인벡(Einbeck) 지방산으로, 금식하는 수도사들이 곡기가 많은 맥주를 마시며 견디도록 마련된 것이라 한다. 멋모르고 보통 맥주처럼 마시면 곧 취하게 된다.

*수도원주점*들이 지금도 곳곳에 남아있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상표는 벡스, 베릴너 킨들, 슐타이스, 아이히바움, 파울라나 등이 더 있지만, 뮌헨에서 빚어지는 맥주인 호프브로이(Hofbrau)가 관광객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뮌헨 중심지 마리엔 광장의 시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옛 궁전(Hof) 전용 양조장은 지금도 밤낮으로 관광객이 들끓는 유명한 비어가르텐(Biergarten)이다. 보통은 건물 옆 정원에 객석을 준비해 놓은 야외 맥주집을 비어가르텐이라 하는데, 호프브로이는 성 같은 돌집으로 둘러싸여 있는 한 가운데 안마당(이 뜰도 hof라 함)에 정원 객석들이 꾸며져 있어 실내외로 5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서 맥주집을 보통 호프라고 뜻도 모른 채 부르는데 원천은 여기서 나왔던 것이다.

호프브로이는 연중 열려 있지만 테레시엔뷔제에는 옥토버페스트 기간에 가야 한다. 평상시에는 전시회(Messe)가 열리기도 하지만, 초원 한쪽에 *명예의 전당*이 있고 그 앞에 30m 높이의 *바바리아*의 여신상이 서있을 뿐이다. 그 동상 속이 비어 있어서 머리 부분까지 올라가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어있다.

바바리아 지방은 옥토버페스트와 맥주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연간 2천만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와 뮌헨뿐만 아니라 바바리안 알프스 지역까지 둘러본다. 특히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 성은 루드비히 2세가 19세기 후반에 짓다가 내부장식을 다 마치지 못했지만 동화 속에 나오는 성같은 외모로 널리 사랑 받고 있다.

루드비히 2세는 '태양왕' 루이 14세에 대조시켜 '달의 왕'이라 불렸을 정도로 문화, 예술, 건축에 대해 열광적인 면이 있었다. 르네상스 이후 바로크, 로코코풍의 여러 문화 유물이 남아, 뮌헨을 '이자르 강가의 아테네'로 부르기도 한다. 2차 대전때 60% 이상이 파괴된 뮌헨에서 특히 레지덴츠 왕궁박물관의 한 방은 15년에 걸쳐 재건 보존하여 놓았다. 색타일 조각의 각기 다른 곡면을 하나하나 다시 구워 원형대로 벽을 장식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독일 다운 복원 방법이다.

뮌헨은 10월 축제가 지나 춥고 눈많은 겨울을 지나다가 3월쯤 참회 화요일(Fastnacht)에 사육제를 개최한다. 거리에까지 가면을 쓴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카니발을 즐기고 밤까지 파티를 열며 봄을 기다린다. 이 모든 생활습관이 뮌헨 및 바바리아 특유의 *정취 또는 인정미(Gemutlichkeit)*를 풍기는 것들이다.

이렇게 즐겁게 살려는 풍속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 BMW(바이에른 모터 공장)에서 나오는 자동차가 튼실하기로 이름나 있듯, 그래서 Bump Me Wild! (마구 나를 받아 봐라!)라는 농담도 나타났듯, 건실한 생활을 하는 곳이 또한 뮌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