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문제 산책
ANTHOLOGY
국어 어휘의 현상황과 방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4-11
조회
67
남영신씨가 엮은 '우리말 분류 사전'을 보면 그 속에 담긴 어휘들이 국어 생활에 나타나는 모든 단어를 다 망라하고 있지는 않다. 한자어와 외래어를 뺀 명사 약 2만개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 사전에 나타난 우리 문화 현상의 특징으로서, 마치 에스키모어에 '눈'에 대한 용어가 많듯이, 단청이나 무늬에 대한 단어가 86개, 씨름·태껸 등에 관한 용어가 97개 등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당·점장이 등에 관한 단어도 68개, 무당굿에 관한 말도 53개나 된다. 탈·탈춤에 관한 어휘는 116개나 되고, 민요·민속놀이와 춤 및 그 기구에 관한 어휘는 158개, 그밖의 춤과 춤사위에 관한 어휘가 105개여서 춤에 관한 말만 379개이다.
이 사전에 의하면, 우리말에는 음악·연극·판소리·악기에 관한 명사가 224개인데 반해, 그림·조각·무늬·물감에 관한 명사가 57개 밖에 안 되어서, 앞서 춤에 관한 어휘까지 합쳐 생각하면 우리 민족이 의외로 동적인 가무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어떠한 언행·성질·능력·예절 등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315개, 언행·태도·버릇에 관한 심리적 어휘가 274개인 것으로 보아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언행과 예절에 신경을 쓰며 살아 왔는가도 엿볼 수 있다.
농사·축산·양장·원예에 관한 말 260개를 위시하여 농업에 관한 어휘 전체는 776개인 것을 보아 역시 농업국가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물성 식료품·반찬이 426개인데 비해 식물성 식료품·반찬은 462개인 것으로 보아 식물성 식생활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동물 관계 구조와 생리에 관한 말이 284개인데 반해 식물 관계의 그것은 무려 613개이기도 하다. (다만 동물 이름이 식물 이름보다 2359대 1844로 많은 것은 워낙 알려진 동물의 종류수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적 식생활의 특징이 언어에 반영된 예는 젓의 종류가 57개, 떡의 종류가 116개, 죽·엿등이 175개, 밥의 종류가 83개인 것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젓갈을 동물성 식품으로 볼 수 있고 나머지는 모두 식물성이므로 앞의 경향과 같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 사전에는 명사만 취급되어 있어서 맛에 관한 형용사가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지 못하지만, 우리말의 가장 큰 특징을 들라면 ‘맛’의 표현이 섬세하게 발달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매콤하다, 짭짜름하다, 새큼하다, 딸다름하다, 시콤달콤하다, 텁텁하다, 씁스름하다, 간간하다' 등으로 미묘한 맛의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런 어휘의 뉘앙스를 잘 살려 쓰면 표현의 묘미가 더 돋아질 것이다.
그러나 색깔에 관한 어휘는 그다지 다양하지 못한듯 싶다. 가령 무지개 색깔을 볼 때 '빨강, 노랑, 파랑'은 순 우리말이지만, '주황, 초록, 남'은 한자어요 '보라'는 몽고어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물론 색깔에 관해서도 맛의 경우와 같이 미묘한 차이를 표현할 수는 있다. '붉으스레하다, 거무튀튀하다, 노르스름하다, 희끗희끗하다, 퍼렇다, 푸르뎅뎅하다' 등은 그 다채로움을 보여 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삼원색과 흑백색만 우리말일 뿐이다. '남빛'은 '쪽빛'이란 우리말이 어느덧 한자어에 밀려난 예이지만, 역시 색채 고유어가 많지는 않았던 듯하다.
외래어의 문제는 현대에도 큰 과제거리다. 가령 컴퓨터가 일반화되면서 그에 따라 들어온 용어가 거의 영어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이 문제는 독일 등에서와 같은 모든 비영어 사용국가의 경우에 마찬가지 형편이기는 하다.
앞으로 새로운 문명과 함께 밀려들어올 새 단어들을 어떻게 토착화시키느냐 하는 과제가 우리말의 나아갈 길을 특정지어 줄 것이다. 훌륭한 문자를 가진 민족이 어떻게 언어를 현명하게 다루어 가는가 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이 사전에 의하면, 우리말에는 음악·연극·판소리·악기에 관한 명사가 224개인데 반해, 그림·조각·무늬·물감에 관한 명사가 57개 밖에 안 되어서, 앞서 춤에 관한 어휘까지 합쳐 생각하면 우리 민족이 의외로 동적인 가무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어떠한 언행·성질·능력·예절 등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315개, 언행·태도·버릇에 관한 심리적 어휘가 274개인 것으로 보아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언행과 예절에 신경을 쓰며 살아 왔는가도 엿볼 수 있다.
농사·축산·양장·원예에 관한 말 260개를 위시하여 농업에 관한 어휘 전체는 776개인 것을 보아 역시 농업국가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물성 식료품·반찬이 426개인데 비해 식물성 식료품·반찬은 462개인 것으로 보아 식물성 식생활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동물 관계 구조와 생리에 관한 말이 284개인데 반해 식물 관계의 그것은 무려 613개이기도 하다. (다만 동물 이름이 식물 이름보다 2359대 1844로 많은 것은 워낙 알려진 동물의 종류수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적 식생활의 특징이 언어에 반영된 예는 젓의 종류가 57개, 떡의 종류가 116개, 죽·엿등이 175개, 밥의 종류가 83개인 것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젓갈을 동물성 식품으로 볼 수 있고 나머지는 모두 식물성이므로 앞의 경향과 같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 사전에는 명사만 취급되어 있어서 맛에 관한 형용사가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지 못하지만, 우리말의 가장 큰 특징을 들라면 ‘맛’의 표현이 섬세하게 발달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매콤하다, 짭짜름하다, 새큼하다, 딸다름하다, 시콤달콤하다, 텁텁하다, 씁스름하다, 간간하다' 등으로 미묘한 맛의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런 어휘의 뉘앙스를 잘 살려 쓰면 표현의 묘미가 더 돋아질 것이다.
그러나 색깔에 관한 어휘는 그다지 다양하지 못한듯 싶다. 가령 무지개 색깔을 볼 때 '빨강, 노랑, 파랑'은 순 우리말이지만, '주황, 초록, 남'은 한자어요 '보라'는 몽고어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물론 색깔에 관해서도 맛의 경우와 같이 미묘한 차이를 표현할 수는 있다. '붉으스레하다, 거무튀튀하다, 노르스름하다, 희끗희끗하다, 퍼렇다, 푸르뎅뎅하다' 등은 그 다채로움을 보여 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삼원색과 흑백색만 우리말일 뿐이다. '남빛'은 '쪽빛'이란 우리말이 어느덧 한자어에 밀려난 예이지만, 역시 색채 고유어가 많지는 않았던 듯하다.
외래어의 문제는 현대에도 큰 과제거리다. 가령 컴퓨터가 일반화되면서 그에 따라 들어온 용어가 거의 영어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이 문제는 독일 등에서와 같은 모든 비영어 사용국가의 경우에 마찬가지 형편이기는 하다.
앞으로 새로운 문명과 함께 밀려들어올 새 단어들을 어떻게 토착화시키느냐 하는 과제가 우리말의 나아갈 길을 특정지어 줄 것이다. 훌륭한 문자를 가진 민족이 어떻게 언어를 현명하게 다루어 가는가 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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