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단상

ANTHOLOGY

두 종류의 아마추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4-11
조회
37
어떤 분야에 전문적 식견과 능력이 있는 사람을 프로(페셔널)라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아마추어라 한다. 그러나 이 두 부류 사이에 확연히 갈라지는 경계가 있다기 보다는 중간적 존재들도 있다고 보아야 할 듯하다. 아마추어로서도 프로의 경지에까지 이른 경우가 그것이고, 반대로 소위 프로 중에도 함량미달로 아마추어 같은 풋냄새를 풍기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는 전자(前者)인 프로급 아마추어에 대해 주목하며, 그냥 순전히 진짜 아마추어인 것과 어떻게 다른가를 생각해 보려한다.

가령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전문분야 외에 바이올린 연주에도 능하여 천재의 다재다능함을 보여 주었다. 얼마 전 출판배포업에서 전문인으로 성공한 S회장의 팔순 기념 시집출간 송축연에 가서 그의 12권째 시집을 받아들고, 또 그 속에 함께 실린 그림·조각의 사진을 보며 역시 다재다능함에 감탄했다. 시는 아마추어의 경지를 넘어 4권의 영문시집까지 출간하였으니 본격적 전업시인도 못 이룰 소산이다. 이런 결실을 보고 있으면, 그것도 70대 나이 이후에 주로 창작한 노신사의 그것이라 모든 인생경험이 녹아든 채 전해진다. 인생의 프로가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토로해 낸 기록, 그것은 시작(詩作) 10년 경력의 아마추어(?) 시인이라고 경시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인생은 한번 사는 것인데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 자기 본 직업분야에서 안정된 바탕을 이루고, 앉아 있을 때는 시, 그림, 조각, 도예 등에 심취하는가 하면, 말을 타고 승마를 즐기기도 하고, 비행기를 타고 '라라'가 있는 러시아 등지를 찾아다니기도 하는 인생. 자작시에 나오듯 "오랜 세월 편안히 즐겁게 살았노라"고 자부할 수 있는 멋진 삶이다. 물론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이나 국어로마자 표기법 연구 같은 분야는 프로들에 비하면 역시 아마추어다운 열의가 더 돋보인다. 다 완벽히 잘 할 수는 없는 것이 인간이니 당연하다.

예술 특히 미술분야에서 아마추어 예술가를 딜레탕트(dilettante)라는 이탈리아어로 부른다. 취미 위주의 예술 애호가 내지는 도락적 호사가(好事家)라는 뜻이다. 이런 애호가들은 아무리 많아도 남에게 큰 해가 될 리 없다. 그러나 전문적 식견이 온축(蘊蓄) 되어야 하는 학문세계에서는, 전체적 균형감각이 없이 일부의 개혁열기로 급조된 견해를 지나치게 광신적으로 주장하는 일은 곤란하다.

한 예를 들면, 우리 나라 삼국시대에 관한 역사책에 기록된 일월식의 측정 위치가 한반도에는 맞지 않고 중국남부지역에 맞으므로 삼국이 그 지역에 위치했었던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천문학적 계산은 남중국 지역을 한번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이미 기원전에 성했던 그쪽의 철기 문화가 우리에게 전달됨이 없이 중국남부에서 한반도로 민족만 이동해 왔다는 가정이 호사가의 말임을 깨달을 수 있다. 고고학과 역사학의 다른 증거들도 균형 있게 감안해서 판단해야 프로다운 태도지, 신기하다는 호기심만으로 학문적 내용을 다뤄서는 진짜 아마추어로 그칠 뿐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이런 진짜 아마추어들이 학문적 세계에까지 더 큰 목소리를 내니 문제다. 프로급 아마추어들은 프로의 수준을 어깨로 넘어다 보았기에 겸손할 줄을 알지만, 순수 아마추어들은 천방지축이다. 사실 대통령들부터도 정치는 프로 9단이라지만 경제는 아마 1단도 안 되는 터에 나랏일을 맡았었지 않았던가? 지금 이 사회에는 아마추어 같은 프로보다 프로급 아마추어들이 많이 있어야 할 때다.